한국 수출, 금융위기 이후 고용 기여도↓ 소득 기여도↑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주서영 기자 = 한국 수출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 기여도는 줄어들고 소득 기여도는 늘어나는 양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내놓은 '우리 수출의 부가가치 및 고용 창출 구조 변화(2000∼2019)' 보고서에서 한국 성장의 중심축이었던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세가 꺾이며 추세가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2000∼2011년 한국의 실질 수출 연평균 증가율은 9.1%에 달했지만 2011∼2019년은 2.5%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3%에서 2011년 36%로 상승했지만, 그 이후로는 35∼36%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라며 "2000년대 초 세계교역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빠르게 확산하며 나란히 성장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 분업체계가 느슨해짐에 따라 세계교역의 성장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의 고용이나 소득에 대한 수출의 기여도는 명암이 엇갈렸다.
전체 취업자 대비 수출이 유발한 취업 인원의 비중은 2000년 12%에서 2009년 19%까지 올랐다가 점차 하락해 지난해는 14%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수출이 가져온 부가가치(소득)의 GDP 비중은 2000년 15%, 2009년 19%, 2019년 22%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 수출의 고용에 대한 기여도는 떨어졌는데 소득에 대한 기여도는 올랐다는 의미다.
품목별로 보면 컴퓨터·전자, 화학제품, 자동차, 기계 등 대표적인 수출품목은 2010년 대비 2017년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모두 상승했으나 취업 유발 효과는 선박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다른 품목보다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높고 취업유발효과는 낮은 품목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며 이런 추세는 더욱 확대됐다.
수출의 고용과 소득에 대한 서로 다른 기여도는 GVC 둔화에 따라 세계교역이 정체된 것과 제조업 중심의 한국 수출산업이 고도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노동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김건우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수출이 GDP 대비 비중이나 고용 유발 측면에서 제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소득 유발 측면에서 꾸준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수출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국내 경제에 기여하려면 성장 잠재력이 큰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취업 유발 효과가 높은 스타트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