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김도훈 기자 =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한 지난해부터 한국과 중국 금융시장 사이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국회예산정책처의 '한미중 금융시장 간 동조화 및 전이효과 분석'을 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17년부터 점차 상승해 지난해 11월 0.9 이상을 기록했다.
상관계수는 -1에서 1까지의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한쪽이 상승(하락)할 때 다른 쪽도 상승(하락)하는 경향이 짙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2010년 1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 일별 환율,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주가지수를 대상으로 이렇게 분석했다.
이 같은 동조화는 미중 무역분쟁 문제가 불거지며 위안화 변동 위험이 커진 가운데 유동성이 떨어지는 위안화 대신 중국과 주변국이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원화를 통한 헤지 거래(가격 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거래)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의 경우도 비슷했다. 2016년 이후 코스피지수와 미국 다우존스지수의 상관계수는 코스피·상하이종합지수의 상관계수보다 큰 양(+)의 값을 나타냈다. 그러나 2018년 7월 이후엔 코스피와 상하이종합지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코스피·다우존스의 상관계수보다 커졌다.
지난해 12월엔 코스피와 상하이종합지수의 상관계수는 0.903인 데 반해 코스피·다우존스와의 상관계수는 -0.06에 불과해 중국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국내 외환시장, 코스피 수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환율시장을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 변동성 가운데 위안화/달러 환율 변동성으로 설명되는 요인은 15.33%로 나타났다. 코스피 수익률은 상하이종합지수 수익률로 설명되는 요인이 18.50%였으나 다우존스 수익률로 설명되는 요인이 15.04%에 그쳤다. 다만 한국 국고채 금리는 최근 들어 중국보다는 미국과 상관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12월 한국과 미국 국채 금리의 상관계수는 평균 0.52였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우 -0.21에 불과했다. 한국 국고채 금리 변동성은 미국 국채 금리 변동성으로 설명되는 요인이 28.35%, 중국 국채 금리 변동성에 따라 변동이 설명되는 비율은 26.77%로 미국 국채 금리가 중국보다 한국 국고채 금리 변동성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나타났다.
보고서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금융시장 진입 확대로 최근 들어 미국, 중국 금융시장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승하고 있다"며 "부정적 파급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