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한지혜 기자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지난해 북한 경제가 2년 연속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2018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서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4.1%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재해와 흉작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6.5%)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17년 3.5% 역성장한 데 이어 작년에는 더 크게 뒷걸음질한 셈이다.
북한 경제성장률은 2011년 이후 1.0% 안팎의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다 2015년 -1.1%로 떨어진 뒤 2016년에는 3.9%로 크게 반등한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북한 성장률 후퇴 배경에 대해 "대북제재가 2017년 8월부터 본격화한 데다 지난해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게 추가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본격화한 대북제재가 2017년에는 하반기부터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면 지난해에는 한 해 전반에 걸쳐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11월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인 석탄의 연간 수출량을 4억 달러 또는 750만t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안을 결의했고, 이어 2017년 8월에는 석탄, 철광석, 납광석, 해산물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같은 해 9월에는 수출금지 품목에 섬유제품을 추가하고, 석유류 수입 제한까지 추가했다.
2017년 12월엔 수출 금지품목을 더욱 확대하고, 석유류 수입 제한 강화와 더불어 산업기계, 운수장비, 철강 등의 수입금지를 추가로 결의했다.
대북제재는 좋지 않은 기상여건과 더불어 산업생산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림어업(2017년 -1.3%→2018년 -1.8%), 광업(-11.0%→-17.8%), 제조업(-6.9%→-9.1%) 등의 감소 폭이 2017년보다 더욱 커졌다.
지난해 북한의 산업구조는 2017년과 비교해 광공업(31.7%→29.4%) 비중이 하락했고, 농림어업(22.8%→23.3%), 서비스업(31.7%→33.0%) 등은 상승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후퇴했지만 제재의 영향을 받은 광공업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는 의미다.
수출입 제재 여파로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전년(55억5천만 달러)보다 48.8% 감소한 28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2억4천만 달러로 2017년 대비 무려 86.3%나 감소했다. 한은이 1991년 북한 성장률을 추정해온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수입은 26억 달러로 전년 대비 31.2% 감소했다. 수입금지 대상이 된 수송기기(-99.0%), 기계류(-97.3%) 등의 타격이 컸다.
지난해 남북 간 반출입 규모는 3천130만 달러를 보였다.
2016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 이후 남북교역은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다. 지난해 남북교역 실적은 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시설 개보수와 관련한 기자재 반출입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5조9천억원으로 남한(1천898조5천억원)의 53분의 1(1.9%) 수준이었다. 2017년 남한 GNI의 47분의 1이었던 것보다 격차는 더 벌어졌다.
1인당 GNI는 142만8천원으로 남한(3천678만7천원)의 26분의 1(3.9%) 수준이었다.
한은이 원화로 추산한 1인당 GNI를 달러화로 환산하면 1천298달러로 미얀마(1천310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한은은 자료수집 한계 상 우리나라의 가격,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해 북한의 경제지표를 산출한 것이므로 남북한 경제력 비교나 향후 남북 경제통합에 대비한 소요 비용 산출에는 유용하지만, 이를 다른 나라 지표와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