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주서영 기자 =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독일에서 직접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강국인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코트라(KOTRA), 한국소재부품투자기관협의회와 함께 투자유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산화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단기간 국산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품목은 해외 기업을 상대로 인수합병(M&A)과 투자 유치를 함께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첫 번째 활동지로 독일을 선택한 것은 독일이 해당 산업에서 일본 이상의 경쟁력을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소재·부품 세계시장 점유율은 독일 9.3%, 일본 5.8%였다.
투자유치 활동은 같은 기간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세계 주요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소재, 미래자동차 분야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는 점을 활용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IR)와 일대일 협의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독일 포토레지스트·액정소체 업체인 머크, 반도체 와이어 및 액정소재 기업인 헤레우스, 반도체 웨이퍼 업체인 실트로닉이, 화학소재 산업에서는 독일 기능성 플라스틱 업체인 바스프와 랑세스, 기능성 플라스틱과 화학첨가제를 만드는 벨기에 솔베이가 한국 정부 IR에 참석했다.
BMW, 다임러 등 자동차 기업과 독일 자동차 부품사인 브로제, 엠카와도 한국 투자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보면 첫날 산업부는 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독일 기업인들에게 최근 고부가 가치 소재·부품·장비 분야 대(對)한국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양국 간 유망 투자 협력 분야를 제시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독일 헤레우스의 베른트 슈텡어 사장은 "한국은 우수한 인력과 정보기술(IT) 인프라 등 혁신역량, 대규모 생산시설 운영 경험, 전방산업 경쟁력 등을 보유한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한국에 대해 추가적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소재·부품·장비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분야 글로벌 수요업체들이 한국에 많이 있다는 점과 최근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관심을 끄는 투자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 정대진 투자정책관은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구체적인 한국 투자 계획을 마련 중인 3개사와는 별도의 일대일 협의를 진행했다.
기업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A사는 기능성 플라스틱 분야 증액 투자 계획, B사는 액정표시장치(LCD) 소재·부품 관련 투자 계획과 한국의 인센티브, C사는 태양광 모듈용 셀 생산을 위한 신규 설비 투자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기업들은 한국의 안정적인 투자 환경,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미국, 내년 상반기 영국에서도 소재·부품·장비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IR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경기도가 10월 유럽연합(EU) 지역 반도체 소재·부품 투자유치 IR, 충북도가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부품·장비 투자 유치 IR을 개최한다.
다음 달 23일에는 글로벌 화학소재기업 바스프, 다우케미칼, 아케마와 국내 기업 간 지분 투자, 조인트벤처(JV) 설립,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하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프로젝트 시리즈(GAPS) 데이' 행사가 예정돼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IR에서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에는 일대일 전담관을 지정해 밀착 관리하는 등 계획된 투자가 조기에 현실화하도록 노력하고,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외 기업의 협력 프로그램과 같은 투자 협력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