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한지혜 기자 =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은행 5곳 가운데 3곳은 수익이 비용에 미치지 못해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출 증가율 부진, 투자자 신뢰 추락 등 전방위적인 경영 압박에 시달리면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루지 못할 경우 전체의 3분의 1가량은 머지않은 시기에 '소멸'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디지털 뱅킹 분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전통 은행들의 '생존 활로'가 될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인 맥킨지&컴퍼니는 22일 발간한 '2019년 글로벌 뱅킹 연레 보고서'에서 전세계 595개 은행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약 60%가 최근 10년간 자기자본비용에 못 미치는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 수익률이 자기자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에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또 2017~2018년 이들 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4%로, 전세계 모든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5.9%)을 훨씬 밑돌면서 매출 성장이 점차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은행의 자산 성장률이 명목 GDP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할 때 은행의 업황 사이클이 둔화하는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도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채널을 선호하는 금융 고객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세계 디지털뱅킹 사용률은 5년 전에 비해 평균 13%p 증가했으며, 핀테크 및 IT 기업의 경우 개인 예금·송금, 투자관리 등을 집중 겨냥하면서 글로벌 뱅킹 수익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선진국의 계좌 이탈률이 계속 높아지는 등 전통적인 은행 고객은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투자심리 악화, 성장세 둔화 등으로 뱅킹 산업은 업황 사이클의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전세계 은행의 3분의 1이 다음 사이클 전에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 절감,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고객 기반 파악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디지털 인재 확보, 첨단 데이터 분석 인프라 구축, 인수합병(M&A) 및 파트너십 추진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이딥 센굽타 시니어파트너는 "자금이 과감한 조치에 나설 때"라면서 "규모를 키우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하는 것이 하락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5대 은행은 일제히 10% 초반대의 시장점융율을 차지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맥킨지&컴퍼니는 밝혔다. 1위 은행의 점유율이 13.7%로, 5위(11.2%)와의 격차가 2.5%p에 그쳤다.
일본의 경우 1위 은행의 점유율이 19% 달하는 데 비해 5위는 4%에 불과했으며, 독일은 1위(27%)와 5위(4%)의 격차가 23%p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