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황아영 기자 = 중국산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가 20년 만에 다시 부산항에 서는 국산 크레인을 현대삼호중공업이 제작한다.
부산항만공사는 2022년 7월 개장 예정인 부산 신항 서측 2-5단계 부두 3개 선석에 설치할 안벽크레인(CC) 9기와 트랜스퍼 크레인(ARMGC) 1차분 34기 입찰 결과, 현대삼호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이 각각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안벽크레인은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장비이며, 트랜스퍼 크레인은 부두 장치장에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트럭에 싣는 장비이다.
안벽크레인 낙찰가는 1천318억9천만원(낙찰률 99.467%), 트랜스퍼 크레인 낙찰가는 1천155억1천여만원(낙찰률 90.42%)이다.
항만공사는 한진중공업과는 이날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삼호중공업과는 내년 초에 계약해 장비 제작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안벽크레인과 트랜스퍼 크레인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부두에 설치될 예정이다.
항만공사는 트랜스퍼 크레인 2차분 12기를 내년 1월에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다.
2-5단계 부두에 현대삼호가 만든 크레인이 설치되면 부산항에는 20년 만에 다시 국산 장비가 등장한다.
부산항에 국산 안벽 크레인이 세워진 것은 2003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초속 40m가 넘는 기록적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매미에 쓰러진 북항 자성대 부두와 신감만부두 안벽 크레인을 대체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4개, 한진중공업이 제작한 3기를 각각 설치했다.
이후에는 국산 크레인은 중국산에 밀려 1기도 부산항에 들어서지 못했다.
2006년부터 문을 연 부산 신항 5개 부두 운영사가 설치한 안벽 크레인 69기는 모두 중국산이다.
북항에 추가로 도입된 안벽 크레인들도 모두 중국 업체 차지였다.
트랜스퍼 크레인도 신항 1부두와 2부두에 2005~2006년에 설치된 49기가 국산으로는 마지막이었다.
현재 신항 5개 부두 전체 트랜스퍼 크레인 230여기 가운데 나머지는 모두 중국산이다.
20년 만에 부산항에 다시 국산 크레인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항만공사가 하역 장비를 직접 설치하기로 한 덕분이다.
그동안 항만공사는 부두를 건설해 민간 운영사에 빌려주기만 했을 뿐, 하역 장비 도입 등은 운영사가 알아서 하도록 했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민간 운영사들은 초기 투자비를 줄이려 모두 가격이 싼 중국산 크레인을 도입했다.
항만공사는 2026년 개장할 서측 2-6단계 부두(2개 선석)에도 국산 크레인을 설치할 방침이다.
신항 서측 부두에 새로 도입할 크레인들은 세계 최고 자동화 수준을 갖출 예정이다.
안벽 크레인은 국내 처음으로 사람이 타지 않고 안벽에서 멀리 떨어진 운영건물에서 모니터와 조이스틱을 이용해 조종하며, 더블 트롤리를 갖추고 일부 작업은 자동으로 처리한다.
트랜스퍼 크레인은 모든 작업을 완전 자동으로 처리한다.
신항의 다른 부두에 있는 안벽크레인이 사람이 타서 조종하고, 트랜스퍼 크레인들은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