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여배우의 첫 주연작. 우려가 될 법도 하지만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배우 김혜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카이캐슬>의 예서를 통해 대중들에게 강력한 한방을 선사했던 김혜윤이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단오를 만나 완전한 날개를 펼쳤다. 도대체 어디 있다가 나타났을까. 우리가 마침내 발견한 배우, 김혜윤을 만나고 왔다.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이수민 기자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여고생 단오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사랑을 이뤄내는 본격 학원 로맨스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둔다. 극중 김혜윤은 만화책 ‘비밀’ 속 엑스트라 단오 역을 맡아 통통 튀는 연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첫 주연의 부담? 단순하게 생각하려 했죠
김혜윤은 일찌감치 <스카이캐슬>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지난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막강한 화제성을 자랑한 만큼 자연스레 그의 차기작에도 관심이 몰렸다. 수많은 관심 속 김혜윤은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를 선택했고 단오 역을 통해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뤘다.
Q.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 초반에는 단오의 비중이 상당했어요. 혼자 극을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주연에 대한 부담보다 비중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특히 1~3부는 제가 시청자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역할이었으니까요. 내용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죠. 단오로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되니까 혼자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지만 부담도 되고 걱정도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또래 배우들이 정말 많이 응원해주고 격려를 해줬어요.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이 많아서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Q. 만화 속 인물이라는 설정과 여러 소재들이 섞여 있어서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도 까다로웠을 것 같아요. 단오에게 어떻게 접근을 했나요?
어떻게 보면 내용이 좀 복잡했죠. 일단 모두가 만화 속 인물이었고 단오가 주연이 아닌 엑스트라는 점, 스테이지(자아가 없는 공간)와 쉐도우(자아가 있는 공간) 속 설정이 달라진다는 것, 이전의 세상이었던 ‘능소화’까지 어떻게 보면 1인 3역을 소화해야 했으니까요.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 있다 보니 저 역시도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복잡하게 생각하면 보는 분들도 복잡하고 이해를 못 하실 것 같아서 일단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스테이지와 쉐도우 속 단오를 분리해서 아예 완전히 다르게 연기를 하려고 했죠. 그러고 나니 보는 분들도 명확하게 구분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Q. 단오가 만화 속 인물이라 유난히 말투나 행동이 통통 튀었어요. 실제로 연기를 할 때 힘든 부분은 없었나요?
사실 제 평소에 모습이 쉐도우 속 단오랑 정말 많이 비슷해요. 그래서 크게 불편하고 어려운건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내용 자체가 만화다 보니까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말들이나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많았어요. 이런 걸 어떻게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있었는데 차차 그것도 적응이 되더라고요.(웃음)
Q. 함께 연기한 남자배우 3인방의 매력을 각각 꼽아 보자면요?
(이)재욱이는 제가 실제로 두 살이 더 많은데 나이에 맞지 않게 의젓한 면이 있어요. 그렇다고 장난기가 없거나 마냥 진지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현장에 있을 때 알게 모르게 의지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합의는 안 했지만 오빠라고 부르고 있어요.(웃음) 로운이는 정말 열심히, 많이 준비해오는 친구예요. 굉장히 열정적이고 한다면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곁에서 본받을 점이 많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정)건주 오빠는 캐릭터를 잘 살릴만한 것들을 디테일하게 연구해오더라고요. 오빠 덕분에 살아난 장면도 많고 저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밝고 어벙한 모습이 많아서 애드리브도 잘 나오고 재밌는 장면이 특히 많았던 것 같아요.
Q. ‘능소화’ 속 사극연기를 살짝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첫 도전 소감이 어때요?
말투와 단어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확실히 어려웠던 것 같아요. 특히 선배님들이랑 (이)태리 오빠 빼고는 다들 사극이 처음이라 같은 처지였어요. 제가 힘들고 답답했던 건 애드리브를 전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순간적으로 하고 싶은 대사들이 있었는데 ‘이게 지금 나와도 되는 말인가? 시대에 맞나?’ 이런 의심이 드니까 쉽게 뱉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능소화’에서는 정말 거의 100% 대본대로만 했어요. 아무래도 해보지 않은 장르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비중이 높긴 했지만 절대 혼자 할 수 없었던 작품이에요. 다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많은 배역들의 치열한 준비와 노력들이 숨어있었고 그들이 있었기에 단오가 존재했어요
◆ ‘예서’ 이후 ‘단오’, <스카이캐슬>과 무엇이 달라졌나
김혜윤에게 JTBC <스카이캐슬>은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았다. 염정아, 정준호, 이태란 등 걸출한 대선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예서라는 강렬한 캐릭터로 두각을 드러낸 만큼 차기작 <어하루>에서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Q. 사실 예서와 단오가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잖아요. 간극을 좁히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전작이 너무 강하다 보니 제 첫 번째 목표가 예서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예서 캐릭터 자체가 너무 강해서 단오한테 그 모습이 겹쳐지면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거든요. 완전히 다른 단오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정말 많은 연구를 했었죠. 그래도 초반에는 아무래도 좀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전작 <스카이캐슬>과 현장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그렇죠. <스카이캐슬> 때는 워낙 대선배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보고 배우는 것들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그에 비해 또래, 동료 배우들이 많았죠. 그래서 같이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자주 소통하고 편하게 서로 조언도 나누고 서로 준비해온 것들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더 많이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같이 하나하나 조금씩 만들어가는 느낌이 강했어요.
Q. 연달아 교복을 입었어요. 실제로 25살인데 학생역만 들어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나요?
사실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오잖아요. 지금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능했던 것 같아요. 지금 시기에 이런 작품들을 만나고 겪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달아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에 딱히 부담이 있지는 않았어요. 직업군이 같을 뿐이지 성향은 각각 너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면을 보여 드릴 수 있겠다 싶었죠. 역할보다는 그 캐릭터 자체에 더 집중을 하고 있어요.
Q. 최근 두 작품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올해가 참 많은 의미를 남길 것 같아요
정말로요. 제게 올해는 꿈같은 감사한 해였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이렇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드라마의 주연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특히나 작년에는 제가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분명히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이 있어요. 그때가 없으면 지금 저도 없을 거예요.
◆ ‘믿고 보는 배우’를 위해, 김혜윤이 걸어갈 길
이제 갓 데뷔한 신예 배우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혜윤은 2013년부터 연기의 길을 밟아왔다.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크고 작은 배역들을 성실하게 소화하며 차근차근 입지를 다졌다. 과거의 작고 많은 경험이 쌓여 오늘날의 탄탄한 배우 김혜윤을 완성했다.
Q. 20대 여자배우 유망주로 거론되고 있어요. 배우 김혜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밝은 에너지가 아닐까요? 이번에 단오가 사랑받은 이유도 밝은 에너지과 통통 튀는 매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실제 성격도 조금 그런 편인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시끄럽다고도 하더라고요.(웃음)
Q. 에너지가 좋은 배우도 맞는 말이지만 혜윤씨의 딕션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말하는 걸 좋아했어요. 책도 소리 내서 읽는 버릇이 있었고 간판들도 꼭 소리 내서 말하고는 했었죠. 학생 때부터 마구 말하고 떠드는 걸 좋아했어요. 보통 사람들보다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조금씩 발음이 좋아진 것 같아요.
Q.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초, 중학생 때부터 드라마를 볼 때마다 꿈이 바뀌었어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싶었죠. 그러다가 배우를 하면 모든 직업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엑스트라, 단역 등 짧지만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면서 굉장한 흥미를 느꼈어요. 한 장면이라도 나오는 게 설레고 아무도 모르지만 제 얼굴을 찾는 게 재밌고 그러더라고요. 20대 초반에는 정체기라고 해야 할까요 힘든 시기가 잠시 있기도 했지만 결국 오늘 같은 날을 맞이하게 됐어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부할 수도 있지만 정말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타이틀을 꼭 얻고 싶죠. 또 배우라고 말할 때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연기를 탄탄하게 계속 쌓는 것이 중요하겠죠?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깊이 있고 탄탄한, 또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