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위엔 또 어떤 꽃으로 물들게 될까요?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이수민 기자 =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이수민 기자 = 재미난 상상을 하는 듯 두 눈에 행복이 가득하다. 혼자라는 부담감보다는 설렘이, 외로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넘친다. 목소리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은 세정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작은 꽃길을 지나 이제는 만개를 앞둔 세정, 그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그룹 구구단의 세정이 첫 솔로 미니앨범 <화분>을 발표했다. 감수성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화분’을 비롯하여 ‘오늘은 괜찮아’, ‘스카이라인(SKYLINE)’, ‘오리발’, ‘꿈속에서 널’까지 세정의 매력이 넘치는 곡들로 가득 채웠다. 특히 세정이 처음으로 전 수록곡에 작사, 작곡에 참여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기대감 또한 높였다.
◆ “배움과 영광의 순간” 세정의 첫 솔로 도전기
세정의 첫 솔로 미니앨범 타이틀곡 ‘화분’은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선우정아의 곡을 즐겨들었다던 세정은 첫 솔로 미니앨범에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세정은 “고등학생 때부터 선우정아 선배님 노래를 많이 듣고 따라 했어요. 입에 곡으로 사용하기도 했죠. 선배님의 음악 특성상 난이도 있는 곡이 많은데 어려운 노래를 불러야 내 노래가 더 늘 것이라는 생각으로 선택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가 무척 저에게는 의미 있고 영광스러웠죠”라며 눈을 빛냈다.
<화분>에는 세정의 자작곡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전체 트랙에 참여할 만큼 열의가 남달랐던 세정에게 자신의 곡이 타이틀로 선정되지 않은 것이 아쉽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애초에 곡을 쓸 때부터 타이틀은 절대 기대하지 않았어요.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라 부족함도 많을 것이고 이번 작업을 통해 더욱 배우는 게 목적이었죠. 타이틀곡을 염두에 두면서 곡 작업을 한건 아니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우정아 선배님이 주신 곡 자체에 담긴 메시지나 이야기가 확실했고 왜 이런 멜로디가 나왔는지 너무 명확하게 알 것 같아서 타이틀곡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죠"라고 말했다.
“평소에 곡을 이해할 때 저만의 방식을 이용해요. 가사 옆에 떠오르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먼저 쭉 그려요. ‘화분’은 반려견을 빗대어 떠올렸어요. 사람들이 살다 보면 대화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 대상이 꼭 사람이 아니어도 어떤 물체나 반려견일 때가 있죠.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것)들 역시 나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항상 내 곁에서 존재하기에 나를 잘 알고 있는 것들, 그들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분명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상상을 동반하면서 감정을 실어 노래하게 됐어요.”
세정은 이번 앨범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많이 아쉽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늘 생각하는데 저는 ‘꽃길’때부터 언제나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마음이 원동력이 돼요.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도 있고요.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배울 것들을 찾다 보면 정말 더 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발전해나가는 것 같아요”라며 차분하게 생각을 털어놨다.
◆ ‘감성과 체력…’ 세정의 보컬을 좌우하는 것
세정은 처음 대중들을 만났던 Mnet <프로듀스101> 때부터 탁월한 보컬 실력을 인정받았다. 통통 튀는 이미지와 반전되는 허스키한 보이스와 단단한 발성, 섬세한 감정 표현은 한 가요계 손꼽히는 여성 보컬리스트로도 손색없었다. 하지만 세정은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노래 연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그는 “제 곡은 대부분 일 년 전부터 써놨었던 곡이었어요. 지금 노래하는 것보다 그때 해놓은 가이드가 더 좋게 들리더라고요. 정말 노래에 대한 공부나 연습을 한순간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했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끈은 잡고 있어야 되겠구나, 절실히 깨달았어요”라며 의지를 다졌다.
평소에 노래 연습을 게을리할 것 같지 않다는 말에는 “사실 그렇기도 한데 제가 최근 1년 동안 다른 것에 몰입을 했다고 해야 할까요”라며 운을 뗐다. 그는 “예능이나 연기 등 노래 이외에 도전한 것들이 많았어요. 올해 월 초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잠깐의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빈 부분들이 너무 크게 와닿더라고요. 한순간도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늘 부족함이 많다고 말하지만 세정의 보컬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더욱 농익은 감정이 모든 트랙에서 고스란히 전달됐다. 세정은 보컬리스트로서 자신만의 강점은 ‘감성’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할 줄 아는 것 같아요. 허스키하다면 허스키하고 맑다면 맑은 음색인데 그러면서 늘 유지하는 부분은 가사 전달력과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에요. 매번 그 두 가지가 저의 숙제이자 목표죠. 곡마다 어떻게 그런 부분들이 녹아있고 얼마만큼 해냈느냐에 따라 제 만족도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좋은 보컬을 유지하기 위한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세정은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게 됐어요. 체중이 빠지다 보니 노래를 할 때 힘이 부족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럴 때일수록 정말 기초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평소 습관을 통해서 조금씩 보완하고 늘려가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 세정 앞에 펼치진 또 다른 꽃길
<프로듀스101>을 통해 아이오아이로 첫 데뷔를 이룬 세정. 그룹 해체 이후 소속사로 돌아와 그룹 구구단의 멤버로서 새로운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로 본격적인 데뷔를 할 수 있었던 만큼 대중들에게 한순간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프로그램 특징도 있지만 이 직업의 특성상 누군가가 들어줘야 하고 좋아해 줘야지만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니까요. 그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더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욕심을 늘 가지고 있죠. 다만 데뷔 초 때는 그게 강박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것보단 조금 더 유연해진 편이에요. 제 성격이 덜렁거리고 실수도 많이 하는데 성향 자체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스스로 굉장히 많이 괴롭히고 있어요. 충분히 다른 요소로 괴롭히고 있어서 이제는 그런 강박에서 조금 벗어나고자 해요.(웃음)”
프로그램 출연 당시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건넨 “꽃길만 걷자"라는 말은 오늘날까지 세정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세정에게 현재 ‘꽃길’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계속 이뤄나가야 하는 이상향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꽃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또 다른 씨앗을 뿌린 길 위에 서있는 기분이랄까요. 어떤 꽃이 피어나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떤 색이 나올지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어서 저 역시도 무척 행복하고 기대돼요.”
세정은 솔로 앨범의 목표, 그리고 2020년의 목표로 똑같은 것을 꼽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는 “올해는 꾸려놓은 씨앗이 적당히 수확을 걷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세정이가 한 번 더 성장했구나’라고 말해줬으면 좋겠고 이번 앨범을 통해 ‘세정이의 보이스가 이런 거구나’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지 저의 보컬로 앞으로 또 다른 장르와 이야기를 계속해서 담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다가갈게요”라며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모두가 위로가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크고 멋진 위로가 아니어도 덤덤한 말 한마디라도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위로, 그런 포인트가 필요한 분들이 이 노래를 들어주었으면 해요.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노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