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방역 완료"·국민은행 "방역 진행 중"
두 은행 모두 정상 영업 중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정다연 기자 =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은행 부행장을 포함한 핵심 임원 5명과 KB국민은행 임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감염 경로는 서울 소재의 모 대학에서 개설된 '최고경영자과정(AMP)'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과정에는 은행·기업 임원들을 비롯한 전문직 인사와 고위공직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우리은행은 부행장 1명과 부행장보 1명, 상무 3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임원이 총 25명인 것을 감안하면 임원 중 20%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이들은 모두 은행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염 경로에 따르면 이들 중 1명이 지난 23일 확진을 받은 환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았고 24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해당 임원과 같은 외부 행사 등에서 접촉한 임직원들의 검사가 진행됐고 4명이 추가 확진됐다.
임직원 검사 과정에서 손태승 회장과 권광석 행장도 검사를 받았으며 이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손 회장과 권 행장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권 행장은 조심하는 차원에서 26일 예정된 은행연합회 이사회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4, 25일 이틀간 이들 임원이 근무하던 본점에 대해 방역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26일 모든 점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확진 임원들과 접촉이 있었던 임직원들의 경우 휴가를 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우리은행 집단 감염은 은행 임원 1명이 수강하던 모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전파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 다니던 한 수강생이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에 다른 수강생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리은행 임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후 해당 임원과 저녁 모임을 가진 우리은행 내 다른 임원 4명이 잇따라 감염되는 식의 경로가 현재 나타나고 있다.
바이러스는 최고경영자과정 라인을 따라 KB국민은행까지 뚫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본부장 A씨가 이날 오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의 감염 경로는 지난 24일 확진된 우리은행 임원과 같은 '최고경영자 과정'이다.
이에 국민은행은 해당 임원이 근무하는 서울 여의도동 더케이타워 층을 폐쇄하고 현재 방역을 진행 중이다. 같은 층에 근무하는 직원도 모두 자가격리와 동시에 검사를 받고 있다.
A씨가 국민은행 고위 임원들과의 밀접접촉이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 등 다른 경영진과는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국민은행 임원들은 당분간 대외 활동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같은 은행권 줄학진 소식에 금융권에서는 최고경영자과정 발(發) 확진세가 커질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모 대학은 지난 7월 '최고경영자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수강생 20여 명을 모집했다. 모집안에 따르면 수강생들은 기업 최고경영자·임원, 금융기관 임원, 전문직 인사, 고위공직자 등이다.
교육과정은 7월부터 연말까지 17주간 운영되며, 세계 주요 국가 저금리 상황과 고령화 시대에 맞는 자산운용 등 주로 금융권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대학 AMP 과정은 은행 등 대기업 임원들과 중소기업 오너 등이 지식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확산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학 과정 내 수강생들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과정 모임에 포함된 고위층이 소속 회사에서 집단감염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