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比 고령화 속도 매우 빨라"
한국, 고령화에서 초고령화로 바뀌는데 불과 '7년'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 생활방식, 출산 적령기 놓칠 수 있어"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정다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재정 지출 급증 등의 경제적 피해 뿐만 아니라 결혼·출산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경제적인 피해를 본 것은 20~30대이고, 이들이 결혼·출산을 미루면서 이전부터 사회적 문제였던 저출산·고령화가 더 악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출산율 하락 여파는 내년부터 본격화돼 2022년까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김민식 차장 등은 3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혼인·출산 관련 제반 여건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짐에 따라 최근 급속하게 진행돼 온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85명을 밑돌 전망이다. 올해 1~3분기 평균 합계출산율은 0.86명인데, 4분기에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말한다.
이는 2019년 통계청이 추계한 합계출산율 중위(기본) 시나리오 0.90명보다 낮고, 저위(비관) 시나리오 0.81명 보다 높은 수준이다. 출산율 하락세가 예상보다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도 가파르다. OECD 전망에 따르면 한국이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20% 이상)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7년에 불과하다. 2020년 현재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1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9%보다 낮지만, 일본(11년), 미국(15년), OECD 평균(21년)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출산율, 혼인율을 결정하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인 전반에 부정적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월평균 33만9천명 감소했는데, 20~30대에서 36만8천명이 감소,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소득충격이 20~30대에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올해 3~9월 혼인건수는 전년동기대비 1만6천건(12.0%) 감소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주로 예식장 내 감염 공포로 인한 결혼식 취소·연기 사례가 많았지만 점차 고용 및 소득여건 불안정이 혼인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비대면 생활방식은 젊은층의 관계형성에 지장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출산 적령기를 놓칠 경우 자녀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코로나19로 결혼을 연기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결혼을 하더라도 첫째 자녀조차 포기할 가능성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의 지속기간 및 경기개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로나19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내년부터 최소한 2년동안 이어지고, 혼인율 감소는 1년 이상 시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출산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특히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감안하면 향후 합계출산율 추이는 2019년에 예상했던 저위 시나리오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고, 저위 수준을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장래인구추계 중위시나리오상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이 세계 1위인 일본을 앞서게 되는 시점도 당초 예상됐던 2045년 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해진다.
보고서는 "저출산·고령화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서 향후 성장과 재정부문의 위험요인으로 가시화될 수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저출산 심화는 시차를 두고 생산가능인구의 본격적 감소로 이어지면서 이들이 출산 적령기에 이르게 될 2045년 이후 2차 저출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