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적재적소 분배하되 대상선정 땐 신중 기해야"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적재적소 분배하되 대상선정 땐 신중 기해야"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1.03.0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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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 대책의 대전제...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타당성·효율성 면밀히 따져야
돈 받는 사람은 나쁠 리 없으나, 대상서 제외되는 쪽은 섭섭하기 마련...자칫 주고도 욕먹어
(사진) =
(사진) = 권의종
금융소비자보호연구소장,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자문위원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선거철이 되긴 된 것 같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온갖 공약들이 쏟아진다. 현금성 복지공약이 풍성하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야당의 한 후보는 서울에서 결혼·출산한 부부에게 9년간 최대 1억 원이 넘는 보조금 지원 약속했다. 여당의 어느 후보는 서울사랑상품권 1조 원 발행과 소상공인 특별지원 1조 원 편성을 공언했다. 국유지 등에 아파트를 지어 평당 천만 원의 공공 분양 주택을 내놓겠다는 ‘반값 아파트’도 장담했다.

또 다른 여당 후보는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일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 후보들도 이에 뒤질세라 기발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시민 건강관리를 돕겠다며 전 시민 스마트워치 지급을 제시했다. 손주를 돌볼 때 1인당 20만 원, 쌍둥이나 두 아이의 경우에는 최대 40만 원까지 지급하는 손주돌봄수당까지 등장했다. 생각 같아서는 이들 모두를 시장으로 뽑았으면 좋을 것 같다.

도긴개긴이다. 표심을 자극하는 시답잖은 내용이다. 코로나 양극화 해소, 민생경제 활성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내세우나 진정성이 안 보인다.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후보들의 태도 또한 못마땅하다. 남들의 공약은 깎아내리고 자기 공약만 치켜세우기 바쁘다. 각자의 행실을 저울에 달면 조금도 차이가 없을 성싶다. 이런 포퓰리즘이 통하리라 믿는 후보들의 수준과 자질이 적이 의심스럽다.

지자체 후보들의 공약에 소요되는 예산은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 중앙 정부가 시행하는 예산 규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손실보상제 제도화와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전 국민과 소상공인 지원 명목으로 20조~30조 원 규모의 대형 추경 편성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각 경제주체가 빚에 기대온 결과 부채비율 급증...국가채무비율 2019년 37.7%서 작년 43.9%로 치솟아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으라 했다. 정부로서도 돈 나올 구석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여건이 호락호락지 않다. 가계와 기업, 국가의 부채 수준이 지금도 높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천억 원에 달했다. 1년 새 100조5천억 원이 늘었다. 연간 증가액이 이전 2년간 한해 60조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다. 주택담보대출이 68조3천억 원, 주로 신용대출인 기타대출이 32조4천억 원 불어났다.

기업 부채 역시 작년 12월 말 현재 대출 잔액이 976조4천억 원이다. 1년 전보다 107조4천억 원이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 연간 증가액이 40조 원대였던 데 비해 폭등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87조9천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개인사업자대출이었다. 대기업 대출은 19조5천억 원 늘었다. 대기업은 만약에 대비한 준비금이나,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는 살아남기 위해 빚을 얻었을 거라는 추정이다.

민생과 기업 구제를 위한 재정 투입을 국채 발행에 기대면서 정부 부채도 급증했다. 작년 중 4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는 846조9천억 원까지 늘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8조6천억 원에 이르렀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8.9% 증가한 558조 원으로 편성했다. 정부가 93조2천억 원의 빚을 내야 한다. 연말이면 국가부채가 956조 원으로 늘어난다. 작년처럼 추경을 여러 번 하게 되면 국가부채가 1천조 원을 넘을 수 있다.

경제주체가 빚에 기대오다 보니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7%에서 작년 43.9%로 치솟았다. 올해엔 47.3%로 높아진다. 50%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말 101.1%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일본(65%)과 유로존(60%), 미국(81%)을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 부채비율 역시 110.1%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가계·기업·정부 부채 '트리플 1,000조원 시대'...고(高) 부채비율 상황서 빚 얻어 지원하는 현실 직시해야

코로나 대책을 두고 정부로서도 진퇴양난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방역 대책을 세우려면 빚이 늘어나고, 그냥 두면 코로나 피해를 방치하는 꼴이 된다. 어느 게 최선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4차 재난지원금 공론화가 진즉 시작되었으나 지급 방식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던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편과 선별의 병행 방식을,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선별지급 방식을 고수해 왔다.

이번에도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가르마를 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관련해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방안 강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고용 위기 극복에 힘을 쏟으면서 어려운 국민을 위해 피해 지원책을 다각도로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원의 당위성은 인정된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과 관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만, 접근은 신중하고 세심해야 한다. 타당성과 효율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고(高) 부채비율 상황에서 빚을 더 얻어 지원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국채 발행에 기대는 추경 편성을 너무 쉽게 여겨온 측면이 컸다. 본예산이 실행되고 얼마 되지 않아 추경을 편성하고, 추경이 끝나자마자 2차, 3차 추경을 논의해온 게 사실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위기 극복방안을 마련하라는 문 대통령의 진의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적재적소에 사용하되 규모를 최소화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원 대상의 선정 또한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돈 받는 사람이야 나쁠 리 없으나, 대상에서 제외되는 쪽은 섭섭하게 마련이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세대주에게 지급하다 보니 가족 간 불화가 있었다. 돈 쓰기만큼 어려운 게 없다. 잘못하면 주고도 욕먹는다.

출처 : 금융소비자뉴스(http://www.newsf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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