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정다연 기자 =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 '기적'이 올 6월 웃음과 감동으로 극장가를 사로잡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26일 오후 '기적'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장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정민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이 자리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적'은 1988년 찻길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 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동네에 간이역 만드는 게 단 하나의 꿈인 ‘정준경’(박정민)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88년 세워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해 영화로 제작됐는데, 이 감독은 "제작 전까지는 양원역에 대한 존재 자체도 몰랐는데,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작은 역이다. 마을 분들이 직접 역을 만들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로 기록되어 있다"고 밝혔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 만들기'라는 신선한 소재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유쾌한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데,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 감독은 "한 아이가 기차역을 만들과 싶다는 꿈을 갖고 자신의 목표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면서 "사실 '정말 보고싶다'라는 생각은 안 들 수 있는데, 영화 작업자들이 일을 하면서 영화에 빠져서 업무가 불가할 정도로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영화 제목을 '기적'이라 지은 이유에 대해 "꿈을 이루는 것 자체가 기적인 세상이라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함께라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되고,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신 뒤에 왜 제목이 기적인지 이해하실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읽었던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한 얘기가 '내 얘기 같다'라는 말이었다"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꿈이었다. 요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사회적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는데, 어린 친구들에게 벌써 이런 마인드를 강요하는 것은 '어차피 안 될 것이니까 포기하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영화에서는 마음껏 도전하라는 말과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런 꿈을 응원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준경은 마을에 기차역을 세우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막무가내 성격이지만 예의가 없지는 않고, 원하는 꿈을 위해 직진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캐릭터다.
해당 역을 맡은 박정민은 "촬영이 끝난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생각할수록 착하고 예쁜 영화라 애정이 가고, 빨리 소개시켜드리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작품"이라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공감되는 부분과 마음이 움직이는 부분이 많아서 작품을 택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내가 이 역할을 맡으면 관객분들이 공감을 못하실까봐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응원해주셨고 믿음이 생겨 임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아들 준경에게 무뚝뚝한 아버지이자 원칙주의 기관사 정태윤 역을 맡은 이성민은 "이 작품은 특별하다. 영화 속 배경이 실제 저의 고향이기도 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많은 대본들을 읽어봤지만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첫 장부터 호기심을 갖고 읽었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 공간들이 기억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이야기라서 하고 싶다고 말했고, 고향 이야기라 그런가 왠지 내가 해야 될 것 같다는 의무감이 들어 잽싸게 참여 여부를 결정했다. 감독님이 내 고향을 알고 일부러 나에게 시나리오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윤아는 준경의 비범함을 단번에 알아보는 자칭 뮤즈이자 친구 송라희 역으로 분했다. 임윤아는 라희를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 칭하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따뜻하게 봤었는데 이번 기적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울컥한 마음이 느껴졌다. '감독님께서 또 어떻게 예쁘게 담아주실까' 싶었고, 시나리오를 다 읽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작품 해야겠다' 싶어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준경에게 친구 같은 든든한 지원군 누나 정보경 역으로 출연하는 이수경은 떠오르는 충무로 신예 배우다. 그는 "이번 영화를 계기로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어 기대됐고, 빨리 영화가 나와서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배경이 경상북도이다 보니 배우들은 모두 극 중에서 사투리를 구사한다. 경상북도 북부 지방 사투리를 귀 기울여 들어본 건 처음이라는 박정민은 안동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사투리 경연대회의 우승자를 찾아가 검수를 받고 문화원에 있는 분들에게도 대본 검수를 받았다고 했다.
반면 임윤아는 영주 분이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특히 이날 이성민은 "임윤아의 사투리는 '모태 사투리'"라며 "모든 배우들이 사투리 연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윤아 씨가 억양이나 말투 부분에서 월등했다"고 칭찬했다.
이에 이 감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 당시 달렸던 댓글들 중 '감독은 뭐했나'라는 글이 있었는데, 이번에 제가 한 일이 없어서 그런 글이 더 많이 달릴 것 같다"면서 "원래 2~3번의 테이크로 촬영하려 했는데, 정작 현장에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싶을 정도로 각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 테이크를 많이 갈았었다"고 후일담을 전하며 각 배우들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한편 이날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대한민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기적' 팀은 존경을 표했다. 2017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아들로 윤여정과 호흡을 맞췄던 박정민은 "선배님의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마 연락을 드렸다"며 "벅찬 순간이고 후배 배우들에게도 뜻 깊은 순간"이라고 전했다.
반면 윤여정과 인연은 없지만 임윤아 역시 "기회가 되면 꼭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고,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상을 받으셔서 더 좋다"며 함께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