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한지혜 기자 = 국내에 풀린 일본계 은행의 자금 규모가 지난 5월 기준으로 2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금융 부문에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은 아니나 일본계 자금의 규모가 만만치 않은 만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여신(금융감독원 집계)이 5월 말 기준 24조7천억원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말 기준 21조9천억원보다 2조8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일본계 은행의 여신 회수 움직임이 일정 부분 진정 기미를 보였다는 의미다.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여신은 2017년 말 26조원을 고점으로 지난해 9월 23조5천억원, 지난해 말 22조8천억원, 올해 3월에는 21조9천억원까지 줄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계 은행의 외화예대율이 높았던 데다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줄어들면서 일본계 은행이 대외 익스포저를 줄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3~5월에는 이런 여신 회수 움직임에 일부분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5월 말 잔액인 24조7천억원에 대해 금융위는 "예년 수준으로 다시 증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좀 더 엄중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일본계 은행 국내 지점의 여신은 5월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16개국 28개 지점 총여신(98조원)의 25.2%에 달한다.
이는 중국(33.6%·32조9천억원)에 이어 국가별로 두 번 째로 큰 규모다. 특히 일본계인 미즈호은행의 여신은 11조7천억원으로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은행 지점 중 가장 많다.
역시 일본계인 미쓰비지UFJ파이낸셜그룹(MUFG)은 8조 2천억원,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4조6천억원, 야마구찌은행은 1천억원의 여신을 국내에 운용 중이다.
6월말 기준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국내 상장증권은 2억9천600만주로 금액으로 따지만 13조원에 달한다.
김정훈 의원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의 단기대출 만기 연장 거부로 위기가 악화된 경험을 고려할 때 금융 보복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금융위가 이에 대비한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한 대응 메뉴얼을 준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금융 부분에서 일본의 보복 조치 가능성과 그 영향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우나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서비스의 경우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고 쉽게 대체 가능한 서비스 특성을 감안할 때 일본이 보복해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과 한국의 외환보유액을 이런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5월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LCR)은 일반은행 110.7%, 특수은행 97.7%로 규제 비율인 80%를 상회한다.
외화유동성 비율은 향후 30일간 순외화유충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의미한다. 금융회사의 외화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5월 기준 4천20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이는 2008년 9월 금융위기 당시 2천297달러 대비 1천623억달러 증가한 규모다.
금융위 신진창 금융정책과장은 "관계부처와 함께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