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내성적, 배우로서 걸림돌이냐고요? 오히려 더 잘할 수 있죠”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이수민 기자 = 뮤지컬 배우 박강현이 자신의 강점을 짚었다. 평소에는 작은 모임도 잘 참여하지 않을 만큼 내성적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180도 달라진단다. 자신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이용한 결과다. 뮤지컬계 떠오르는 유망주에서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이토록 영민하고 뜨거운 배우, 박강현을 만나고 왔다.
◆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더 깊어진 박강현표 그윈플렌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부심 <웃는남자>(제작 EMK뮤지컬컴퍼니)가 2018년 초연에 이어 약 2년 만에 새 단장을 마쳤다. 총 5년의 제작 기간, 175억 원대의 초대형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총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 뮤지컬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배우 박강현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그윈플렌 역에 합류하며 뜨거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Q. 초연과 비교하여 재연에서는 어떤 달라진 점을 볼 수 있나요?
먼저 극으로 얘기를 하자면 조금 더 그윈플렌의 여정을 자연스헙게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 특성상 장면이 자주 바뀌고 전개가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 관객들이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최대한 덜 느끼도록 바뀐 부분들이 있죠. 그런 부분에서 최대한 부담감을 덜 느끼도록 한 것 같았어요. 그윈플렌을 연기하는 저로서는 초연 때보다 확실히 모든 감정에서 깊어진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이 깊어진 것인지 역할로서 깊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깊게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Q. 처음으로 재연까지 이어온 작품이에요. 또다시 <웃는남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시켜주셨으니 감사하게 참여했죠.(웃음) 불러주지 않았다면 못했을 텐데 저로서는 무척 감사하죠. <웃는남자>가 창작 뮤지컬이다 보니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처음부터 제가 그윈플렌을 만들어나갔었죠. 그래서 이 인물에 더 애착이 갔던 것 같아요. 흔쾌하게 승낙을 했고 좀 더 발전되고 깊어진 그윈플렌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Q. 배우 박강현만 표현할 수 있는 그윈플렌의 디테일이 있다면요?
초연 때 보다는 인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장면마다 무엇을 해야될지, 어떤 것을 표현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확실한 여유가 생겼죠. 또 데아와 아버지를 대하는 감정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생각하고 그윈플렌의 유머러스한 모습과 기괴한 모습의 차를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앞서 신영숙 배우가 ‘박강현은 그윈플렌 그 자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어요. 함께 그윈플렌 역을 맡은 규현, 이석훈 또한 극찬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부담도 되고 좋기도 해요. 워낙 좋은 형들이라 칭찬을 과하게 해주신 것 같은데 형들도 그윈플렌 그 자체예요.(웃음) 한 번은 규현 형과 밥을 먹으면서 그런 얘기를 나눈 적 있었어요. 형이 ‘강현이 너는 성악과냐’고 물어서 ‘저는 연기과입니다’라고 했죠. 그랬더니 ‘그러면 반칙이다. 가수가 연기를 잘 하는 거랑 비슷한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를 좋게 봐주시고 있구나 생각했죠.(웃음)
Q. 특히 이번에는 그윈플렌 역의 배우들과 다 친하다고 들었어요
정말 사이가 좋아요. 특히 규현 형은 완전히 분위기 메이커죠. 티비에서 보는 것과 똑같아요. 그윈플렌 자체가 입이 찢어진 사람이라서 일부로 그 모습을 무마하고자 자신을 웃기게 보이려고 하는 욕구가 있는데 규현 형 역시 웃기려는 욕구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그윈플렌과 잘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죠.
Q. 다른 배우에 비해서 강점이 무엇인 것 같아요?
일단 (이)석훈 형과 규현 형에 비하자면 저는 초연을 해봤다는 점이 강점이에요. 또 캐릭터를 대할 때의 순수함.(웃음) 캐릭터에게 순수하게 다가가는 점이 강점인 것 같아요.
Q. <웃는남자>에 특별히 애착을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제가 어디서 봤는데, 저를 <웃는남자>가 탄생시킨 스타라고 표현하셨더라고요. 사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이 작품이 저를 좀 더 대중들에게 알린 작품이 된 건 맞는 것 같아요. 초연 당시 영화판으로 제작이 되어서 상영까지 했었는데 그걸 보고 이번 재연에 와주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여러 가지의 의미로 저에게 많은 걸 가져다준 작품이 되었죠.
Q. 대작이기도 하고, 큰 무대에서 타이틀롤로서 무대를 이끌어간다는 점이 부담되진 않았나요?
물론 있었죠. 타이틀롤도 처음 맡아봤고 초연 당시에 함께 한 배우가 수호와 박효신 형이었죠. 저는 그 사이에서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으니까요. 내가 이걸 과연 해도 될까? 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재연 때는 그 부담이 조금 덜어졌나요?) 아무래도 재연이다 보니까..(웃음) 한번 했으니까 그래도 더 작품에 집중은 할수 있겠지, 누가 되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했어요.
Q. 걱정과는 달리 또다시 재연에 참여했네요. 초연 당시 이 역할에 캐스팅 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나요?
전혀 몰랐어요. 저는 당시 오디션을 봤었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제작사 입장에서는 티켓파워라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저를 아는 분들도 많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와야 하는 상황인데 저를 뽑았다는 건 제작사에서도 큰 도전이었을거라 생각해요. 저는 늘 매 순간이 도전이고요.
Q. <웃는남자>는 넘버가 어렵기로 유명해요. 특히 가장 어려운 부분을 꼽아 보자면요?
먼저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요. 2막 후반부에 ‘그 눈을 떠’랑 ‘웃는남자’를 부르게 되는데 그 두 넘버가 붙어 있어요. 그런데 갭은 엄청나죠. ‘그 눈을 떠’는 온 진심으로 호소하지만 비웃음을 당해서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야 돼요. 또한 바꿀 수 없다는 현실에서 오는 무기력함과 슬픔도 담겨있죠. ‘웃는남자’에서는 그 감정의 연장선으로 소리를 지르고 화도 내면서 눈물을 보이는 모든 감정이 응축되어 있어요. 그걸 다 표현하려니까 숨이 차고 온몸이 긴장 상태로 들어가게 되죠. 저는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숨이 넘어갈 듯이 불러요. 숨 한번도 제대로 못 쉬겠더라고요. 숨을 쉬는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버릴까 봐요. 그래서 그 부분이 체력적으로 힘든 건 있어요.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있어요.
◆ “무대에 서면 달라지죠” 타고난 천생배우
박강현은 타고난 뮤지컬 배우다. 악보 보는 법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그가 노래를 연습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청음’이라고. 또한 평소 참는 것에 익숙한 내성적인 성격은 무대 위에서 온전히 풀어내면서 이를 자신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Q. 연기를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강현만의 뮤지컬 연습팁이 있을까요?
노래는 기본적으로 듣는 방법을 택해요. 연습할 때 멜로디를 쳐주면 그걸 듣고 부르는 거죠. 악보는 잘 볼줄 몰라서 더 세심하게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점점 듣는 능력이 커진 것 같아요. 대부분 청음으로 해결을 하니까 이제 한번 들으면 잘 까먹지 않더라고요. 살기 위해 그렇게 된 것 아닐까요.(웃음) 특별한 팁은 잘 모르겠고 그저 반복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말씀하는 걸 지금까지 보니까, 의외로 차분한 성격인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그렇기도 하죠. 평소에는 차분하게 있다가 무대에서 에너지를 쓰는 편이에요. 지금은 성격이 좀 바뀌기도 했는데 원래부터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Q. 그런 부분들이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데 방해가 된 적은 없나요?
내성적인 성격이랑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건 조금 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잘 할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내성적인 사람들은 항상 참는 것에 익숙하죠. 무대에서는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곳이고, ‘무댄데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신기하면서 감사한 것 같아요. 그걸 고등학생 때 느꼈어요.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조명이 켜지고 독백을 하는데 제가 이런 행동을 그냥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할 수 있을까 싶은 거예요. 여긴 무대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었죠. 그래서 더 무대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묵묵히 잔잔하게, 자신의 길을 무소의 뿔처럼 걸어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또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자부심이 되고 싶어요. 저를 좋아해 주는 분이 다른 사람에게 무대를 보여줬을 때 ‘네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라는 말을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요.